비전문가가 전문가를 평가하는 구조, 공공입찰의 근본을 흔들다.
- KEEHO PARK
-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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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달 제도는 국가 혁신의 출발점이다.그러나 요즘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정반대다.수많은 공공기관 입찰에서 제안의 수준보다 평가의 수준이 낮은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평가자 구성이다.전문 분야의 이해가 부족한 비전문가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고, 기술·전략·ESG와 같은 복합 과제를 단순한 ‘기업 외형’이나 ‘발표 태도’로 판단한다. 평가 비용이 낮고, 평가 일정이 하루로 제한되다 보니, 진짜 전문가들은 참여를 기피하고 형식적 평가가 구조적으로 반복된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추상적 우려가 아니다. IBK기업은행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사업 평가 사례는 그 대표적 예다. 당시 평가에는 약 10명 가까운 평가자가 참여했지만, 현장에 있던 다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소속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물론 나이가 전문성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전략, ESG 공시 체계,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등 고도의 경영 판단을 요구하는 과업을 ‘워킹 레벨(Working Level)’ 인력이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제도적 모순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평가 위원 선발 기준과 공공 조달 절차의 구조적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 가운데 1명이 던진 딱 하나의 질의는 "영문 번역은 참여자가 한 명인가요? 였다.
심지어 다른 기관에서는 젠더 편견이나 주관적 인상이 평가에 개입되는 경우도 있다. 발표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언급이 오가거나, 발표자의 나이나 기업의 연혁이 평가의 주요 기준이 되는 사례까지 존재한다.
이는 공정성 이전에 공공 윤리의 문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단순한 절차 상의 불만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은 혁신과 효율, 그리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주체다. 그들의 과업을 설계하고 제안하는 민간 전문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이처럼 허술하다면, 공공의 혁신은 제도 안에서 스스로 발목을 잡는 셈이다.
평가 제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개선이 필요하다.
평가자 전문성 검증제 도입
현재의 ‘평가위원 풀’ 제도는 단순 등록 중심이다.이제는 기술·ESG·디지털 등 분야별 인증을 거친 전문가만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문성 검증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평가 과정의 투명성 확보
평가위원의 신원은 보호하되, 평가 기준,· 평가 평의 요약·가중치 결과 등은 사후 공개가 필요하다. 제안사는 평가를 통해 학습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하며, 평가 또한 피드백을 통해 진화해야 한다.
평가 비용의 현실화
하루 치 수당으로 전문가의 시간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정한 보상체계 없이는 공정한 평가도 존재할 수 없다. 평가 비용을 현실화하고, 일정 기간 동안 평가 참여 횟수를 제한하여, 책임 있는 평가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 조달의 경쟁력은 단순히 입찰 절차에 있지 않다. 그 핵심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평가하는 구조에서는, 공공이 추구하는 혁신과 신뢰, 그리고 효율성은 결코 달성 될 수 없다.
공공의 혁신은 제도의 설계에서 시작된다.그 첫 단추는, 평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나은미래플랫폼 대표이사, 박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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